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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Military Effectiveness of Nuclear Forces

MIRV 2022. 8. 19. 16:07

이 포스팅은 작년 6월, SWAMOS 참석을 위한 리딩을 하던 도중 든 생각을 정리하게 위해 쓴 글이다. 그때는 재미있어 보였는데 역시 다른 일에 치이느라 손도 못대고 있다. 그래도 적어놨으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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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MOS 참석을 위한 리딩 중 Military Effectiveness에 대한 연구를 읽었다. 아주 저명한 사학자로 군사사, 전략연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Williamson Murray가 Allan Millett이라는 또 다른 사학자와 함께 집필한 편집본의 개론 챕터였다. Military Effectiveness라는 개념을 정의하면서 Political, Strategic, Operational, Tactical의 4가지 수준에서의 Military Effectiveness의 요소들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질문 중에 가장 내 연구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바로 과연 핵 군사력의 Military Effectiveness를 정의할 수 있을까? 였다. 대부분의 Military Effectiveness 관련 연구는 재래식 군사력을 연구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핵무기와 관련된 다수의 연구는 어떤 요인들이 핵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하지만 그 요인들이 반드시 핵 군사력 자체와 관련된 것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억지 공약에 관한 Public Statement를 선언한다던가, 이익의 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핵 군사력과는 상관 없는 메커니즘에 기초 하고 있다. 전술핵무기 전진배치와 같은 것들이 핵 군사력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수준, 예를 들어 "전술 핵무기는 적의 재래식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분쇄할 수 있다"라는 논의 정도에서 관련이 있고 이런 수준의 논의는 재래식 군대의 Military Effectiveness에서 다루는 수준의 깊이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 전에 가장 먼저 대답해야할 질문은 근데 핵 군사력에서 Military Effectiveness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라는 질문이겠다. Military Effectiveness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군대가 보유한 자원을 전투력 (fighting force)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p. 2). 그렇다면 핵 군사력, 즉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전투 집단의 "전투력"에 주목해야할 이유가 있나?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로 핵무기는 "억지 (deterrence)"를 위한 무기라고 인식하고 있고 핵억지는 핵무기의 순수한 파괴력에서 나온다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꽤나 직관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핵무기 관련 연구들은 이러한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대항 논리와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핵 억지라는 것이 핵무기의 파괴력에만 의존하는 것이라면 왜 미국과 소련이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자국의 핵 군사력 증강을 지속적으로 추구했고, 왜 그토록 상대방의 핵 군사력에 대한 정보들을 알고 싶어 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신경을 써야하고, 왜 우리가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 배치 여부에 주목하는지도 설명이 안 된다. 핵억지라는게 상대방 영토에 핵폭탄 한 발만 딱 터뜨릴 수 있다면 완벽하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러한 패턴들은 핵억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책결정자들이 생각보다 핵 군사력을 "재래식 군사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취급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것은 곧 핵억지라는 것은 생각보다 내 핵 군사력이 실제 전쟁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가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이것은 상대방이 핵무장 국가인 경우/비핵국가인 경우 모두에 해당한다.

 

만약 이런 논리에 동의한다면 핵 군사력의 Military Effectiveness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여지가 조금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핵 군사력의 Military Effectiveness를 이야기할 때 재래식 군사력의 맥락에서 발전해온 개념들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직 핵 군사력이 전장에서 제대로 동원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 (히로시마/나가사키를 핵무기가 전장에서 동원된 사례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핵 군사력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때 우리는 대부분 "상상" (좋게 말하면 예측)에 의존한다. 미사일의 정확도, 탄두의 폭발력, 등등 핵 군사력을 구성하는 무기의 기술적인 특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재래식 군사력은 수없이 많은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무기들의 퍼포먼스가 실전에서 사용되서 기록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Effectiveness를 평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기들의 특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Military Effectiveness의 개념을 굉장히 협소하게 이해한 것이다. 군대라는 조직이 민간 정치 엘리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군대가 핵 군사력을 사용해서 달성하려고 하는 군사적 목표가 민간 엘리트들에 의해서 설정된 정치적 목표 달성과 일치하는지 여부 등 대단히 다양한 영역들이 Military Effectiveness라는 개념에 포함되어 있고 이것들은 핵무기들의 퍼포먼스 평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역들이다. 게다가 전쟁 승리가 반드시 High Military Effectiveness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은 여러 영역에서 꽤나 Effective했지만 독일은 전쟁에서 패배했다). 또한 핵전쟁에서 승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근데 이건 전쟁 승리가 반드시 Military Effectiveness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핵 군사력의 Military Effectiveness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뭐 이 글에서 페이퍼를 쓰려는 건 아니니 오늘의 주절주절은 여기까지.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볼만한 주제인 것 같긴 하다. 그냥 직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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