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in't over till it is over.

2021년 결산 본문

Research

2021년 결산

MIRV 2022. 8. 19. 16:11

작년 연말에 쓴 포스팅. 결산은 언제나 중요하지. 지금 돌이켜보니 2022년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쁜 소식과 약간의 좋은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바닥 삶이 그렇지 뭐.  

___

코로나 시국에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거의 모두에게 해당되겠지만 올해 역시 순탄치 않은 해였다. 그렇지만 기쁜 소식도 정말 많았던 해였다.

그런 의미에서 짤막하게 결산을 해보기로 했다.

 

Predoc fellowship rejection. 대충 12개 이상. 막상 세려고 하니 별로 자세하게 하나하나 세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연초에 충격이 너무나 컸고 지금도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은 기억. 폴더 개수만으로 세봄 (몇몇 학교는 2개 이상 지원했으므로 최소 12개 이상)

 

Fellowship acceptance. 둘. Hertie School Centre for International Security International Security Fellowship. 이건 여름에 한국에서 놀고 있을 때 뜬금없이 날라왔던 좋은 소식. 그치만 Non-stipendiary 포지션이었다는 거. 다른 하나는 과 내부에서 주는 1년 짜리 펠로십. 덕분에 TA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서 매우 좋았다. 그렇지만 수업 들으려고 하니까 Tuition 면제를 안해줘서 청강 아니면 들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이 단점.

 

Award acceptance. 하나. 이건 과 내부에서 주는 거였지만 어쨌든 과 내부에서 경쟁이었고 바로 현금을 딱 하고 쏴줘서 감동 먹었던 상.

 

Workshop/Seminar acceptance. 넷. Hertie Digital Nuclear Security Workshop, NCAFP Next Korean Specialists, CATO Junior Scholars Symposium, 그리고 Pacific Forum Young Leaders Program. 재미있는 경험들이었다. 팟캐스트도 녹화하고 첫 정책 페이퍼도 나오고.

 

Grant rejection. 하나. APSA DDRIG.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격리 동안 나름 공들여서 썼는데, 세개의 리뷰 중 하나는 좋았고, 하나는 중간, 하나는 안 좋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상중하로 나뉘어진 리뷰를 보고 조금 어이가 없었던 기억. 그래도, 좋게 평가해 준 리뷰 하나라도 있었어서 만족.

 

External grant acceptance. 둘. APSA Centennial Research Grant. Charles Koch Foundation Summer Foreign Policy Fellowship. 두 개 모두 봄 막바지에 지원했었고, 찰스 코흐 재단 연구비는 격리 도중 인터뷰 보느라 새벽에 일어나기도 했었다. 결과는 좋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1센트 하나 못 쓰고 있는 것이 함정.

 

Internal grant acceptance. 둘. 학교 차원에서 주었던 여름 학위논문 그랜트와 학과 차원에서 주었던 미니 그랜트. 고맙게도 재정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Article rejection. 셋. ISQ에서만 3개 (!). 도저히 나랑 맞지 않는 저널인..것으로 스스로 결론. 그런데 리뷰를 받아보고나니 이 저널에 핵안보 관련 연구 투고하는 것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듬. 최소한 내가 쓰는 데이터/방법론에는 잘 안맞는 저널인 것 같았다. 리뷰 퀄리티가 대체로 좋지 않고 심지어 한 리뷰어는 같은 코멘트를 복붙해서 쓰는 것을 발견. 너무한 것 아님? 게다가 기존 연구 검토가 부족하다고 하며 여러 워킹 페이퍼들도 다 인용하라고 하면서 그 중에 내가 공저하고 있는 페이퍼도 인용하라고 함. 그런데 웃긴 건 그 페이퍼도 리젝먹음. 뭐..어쩌라고. 이 경험을 계기로 절대 모든 청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페이퍼는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퍼블리케이션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너무나도 크다는 것도 깨달음.

 

Article R&R. 둘. 생애 첫 R&R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투고한지 벌써 7개월이 다 되가는 시점이었고 이전 투고 때 리젝을 받은 이후로 논문 프레임을 크게 수정한 다음 피드백도 크게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던진 것이었기 때문에 기대도 크지 않았다. 자다가 눈을 뜨고 비몽사몽 간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고 와 있는 이메일을 보고 별 기대없이 눌렀는데 써있었던 R&R 소식.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고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첫 R&R 경험이었고 우리 지도교수는 이 분야에 대해서는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리뷰 중 하나는 꽤나 적대적인 내용이었기 때문. 물론 지도교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는 R&R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여기서 깨달았던 것은 결국 논문 심사도 인간들이 하는 것이라 Response Note의 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 논문에 호의적인 심사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 그리고 오늘 아침 받아든 두 번째 R&R. 이것 역시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투고한지 (또) 7개월이 넘은 시점이었는데다가 연말이라 전혀 기대치 않았는데 일어나자마자 받은 이메일. 내가 보는 내 논문의 가치와 남이 보는 내 논문의 가치가 굉장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됨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분이 썩 좋진 않았음).

 

Article acceptance. 하나. 어렵게 받은 첫 R&R을 첫 논문 게재로 끌고 갔을 때 기분도 아마 잊지 못할 것 같다. 처남과 여행하기로 한 첫 날 공항 앞 주차장에서 처남을 기다리고 있던 도중 차 안에서 받았던 억셉 소식. 눈물이 날만큼 좋았었고, 드디어 0에서 1로 가는 그 큰 문턱을 넘었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 다음날부터 다시 평소처럼 불안해짐. 왜? 잡마켓 나가 있는 다른 애들도 다 논문이 있으니까! 아 이 불안감은 아마 평생 내 곁을 맴돌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됨 (역시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절대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지난 5년 보다는 좋았..던 걸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도도 정말 많이 했다. 여러가지 장벽들도 직접 느낀 해라서 좋은 결과들만 보고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해였고. Rejection을 내면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카데미아의 삶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내가 맞닥뜨린 여러 장벽들을 과연 정당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그래도 뭐..어쩌겠어..존버만이 답.

 

2022년에는 어떤 결과들이 나를 기다릴지.

'Resear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의 끝  (0) 2022.08.19
첫 논문 게재  (0) 2022.08.19
Military Effectiveness of Nuclear Forces  (0) 2022.08.19
How to Write?  (0) 2022.08.19
코로나 시대 외교문서 찾기.  (0) 2022.08.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