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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ying to Ph.D in US

학교를 선택할 때 생활 환경은 얼마나 중요할까?

MIRV 2018. 7. 14. 04:04

오랜만에 유학에 관련된 포스팅을 올리는 것 같다.


이번에는 학교를 선택할 때 생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할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유학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원 학교를 고를 때, 혹은 지원 절차가 마무리되고 최종적으로 갈 학교를 선택할 때 주로 랭킹, 펀딩, 리서치 핏이 맞는가 등등을 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 1년 3개월이 약간 넘는 시간을 지내고 나서 보니, 그 학교가 있는 도시의 생활 환경도 매우 중요한 요인 같다고 느낀다.


먼저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대개 시골에 있다. 도심에 있는 학교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면 NYU나 Columbia),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도시'는 한국에서의 '도시'와 비교해서 훨씬 더 작은 것 같다. 한국의 도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미국의 도시에선 하기 힘들다. 혹여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만큼은 아니다.


특히 도시에서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미국 대학에 와서 정말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 단순히 타향살이에 적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평소 해오던 것들을 할 수 없는 삶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밥 먹고 난 다음에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굳이 차를 타고 몇십 분씩 갈 필요가 없다. 디저트 가게들이 즐비하니까. 영화관이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할 이유는 당연히 없고 대신 어떤 영화관에서 어떤 자리에 앉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영화관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러나 많은 미국의 도시들은 디저트 가게가 많지도 않고 (특히 '맛있는' 디저트 가게) 영화관도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있는 시라큐스 대학교는 시라큐스라는 도시에 있다. 시라큐스는 뉴욕 주에서는 11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이다. 이곳에는 Destiny USA라는 미국에서 6번째로 큰 쇼핑몰이 있고, 나름 여러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와있다. 인구는 15만이 채 안 되지만, 대학교가 있는 도시 치고는 큰 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가 힘들고, 답답할 때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적고, 조용한 카페에서 나 혼자 차나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힘들다. 카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이 많고 카페 분위기도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도시들이 이런데 시골로 가면 더욱 심할 수도 있다. 시라큐스는 코넬 대학교가 있는 이타카와 가까운데 (약 1시간 거리), 이타카를 놀러갈 때마다 학교 근처는 정말 잘 되어있지만 도시 자체에 과연 즐길 것이 얼마나 많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곤 한다. 실제로 한국식 베이커리나 노래방이 없어서 이타카 학생들이 시라큐스로 온다고도 하고. 


만약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정말 시골에 있는 미국 학교를 간다면, 리서치 핏도 잘 맞고 펀딩도 풍족하게 주고 랭킹도 좋지만 생활 자체에 허덕일 수도 있다. 아무리 리서치 핏이 잘맞고 교수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박사과정은 언제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생활이고 실적 압박과 미래의 잡 마켓 현황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생활이다. 그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탈출구가 필요한데, 도시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탈출구들을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여러 다른 조건이 비슷한 학교들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1) 내가 가려는 학교가 있는 도시가 얼마나 크고, 생활 환경은 어떤가?

2) 즐길 거리가 많은 대도시가 부담없이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가?

3) 그 도시의 날씨는 어떤가? (날씨도 정말 중요하다. 매일 우중충하고 눈이 내려서 제대로 운전도 하기 힘들다면 우울증에 쉽게 걸릴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말 심한 집돌이나 집순이 말고는 쉽게 우울해지고 기분이 가라앉아버리기 때문이다. 시라큐스....눈..................겨울에 해가 4시에 지고........................)


등등을 고려해서 앞으로 내가 최소 4-6년을 보낼 곳의 생활 환경이 어떨지, 내가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서도 한 번 고민해보고 학교를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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