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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지원하기 (7): SOP 작성하기 (2) 본문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SOP 작성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 내용은 여전히 절대 지켜야 할 룰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에 가깝다.
그러나 처음 SOP를 작성하는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그러길 바란다.
넷째, Faculty members 언급 여부
과연 관심 있는 교수를 SOP 상에서 언급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언급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이득을 고려해본다면..
1. 내가 관심 있는 교수가 연륜 있는 부교수, 혹은 정교수일 경우
이 경우 해당 교수는 어드미션 커미티에 들어갈 확률이 낮다.
그렇다면 SOP에 이 교수를 언급한다고 해도, 1차 심사 과정에서 뭔가 이득을 얻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1차 심사를 통과하고 난 이후에 2차적으로 지원서들이 각 교수들에게 배정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강하게 어필을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2. 내가 관심 있는 교수가 젊은 교수일 경우
이 경우 해당 교수는 어드미션 커미티에 들어갈 확률이 다소 높다.
그렇다면 1차 심사 과정에서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그 지원자의 지원서류를 아주 약간이나마 관심이 쏠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 관심의 크기가 클 것 같진 않다.
1차 심사는 대개 정해진 정량 기준에 따라서 다수의 지원자들이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말 뛰어난 정성적 자료가 아닌 이상에야 걸러지게 될 것이고, SOP에 해당 교수를 언급한다고 해서 그 교수가 '이 SOP는 정말 잘 쓴 SOP군!'이라고 생각할리도 없다.
그렇다면 Faculty member를 언급하는 것은 아예 불필요한가?
나의 연구 주제와 해당 교수의 연구 주제가 잘 연결될 수 있고, 해당 교수가 연구해온 업적들을 잘 분석하고 있다면, 그 교수를 언급하면서 내 연구 주제가 이 학교에서 잘 연구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방식은 SOP을 보다 인상깊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동아시아 군비경쟁의 결정요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데, 이 학교의 어떤 교수가 동아시아 군비경쟁 실증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면, 내 주제가 당신 주제와 굉장히 유사성이 있고 어떤 지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연구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면, 심사 과정에서 이 학생은 우리 학교와 연구 관심사가 잘 맞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계적으로 관심가는 교수 이름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내 주제와 잘 연결될 수 있는 교수에 한해서 내 주제와의 연결성을 부각시키면서 해당 교수를 언급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작성할 때는 이 방식을 지키기가 꽤 어렵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렇게 잘해낸 것 같진 않고..
다섯째. SOP의 길이는 얼마나 되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별 요구조건에 맞추라는 것이다.
학교마다 요구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1차적으로 학교별 요구조건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가끔 요구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학교들이 있다.
이 경우 먼저 입학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요구조건이 있는지를 물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내 경우 SOP 길이 요구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에 메일을 보내서 요구조건을 문의하였는데, 꽤나 많은 학교들이 길이 제한 조건을 답변으로 보내주었었다.
이것은 학교들이 암시적으로 선호하는 길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냥 '길어도 상관없겠지'라는 마음으로 쓰기 보다는 최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그에 맞추어서 SOP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사실 긴 SOP가 오히려 짧은 시간에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 수도 있다. 제약이 걸려 있을 때 오히려 글을 더욱 가다듬고 정말 필요한 내용만 넣으려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런 결과로 작성된 SOP에는 더욱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 인상적인 경험과 사례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허용된 길이가 길면 일단 마치 초고를 작성하듯이 주절주절 쓰게 될 수 있고, 또 그래도 길이 제한에 걸리지 않으면 그 초고가 마치 완성본인 것처럼 생각해서 대충 문장 및 오탈자 수정만 하고 제출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길어도 3장을 초과하지 않길 추천한다.
편집용지에 대해서 A4지와 Letter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A4지로 해도 크게 불이익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Letter지로 먼저 작성할 것을 추천한다.
여섯째. 결론.
SOP는 정말 중요한 서류다.
개인적으로 SOP는 내 application file의 theory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연구 논문에서 이론이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고 현상을 설명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서 작동하듯이, 내 file에서 SOP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경력들을 내가 왜 쌓았는지, 내가 박사 과정 동안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 박사 학위 취득 이후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CV나 연구 경력 등은 SOP에서 제시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evidence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SOP 초고를 작성한 다음에는 반드시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야 한다.
연구 논문의 이론이 비록 핵심 아이디어는 어느 한 순간의 직관에 의해 떠오를지 몰라도 일관성 있는 논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꾸준히 다듬어져야 하듯이, SOP도 초고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야 비로소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연구 논문의 이론이 많은 사람들의 비판과 건설적 대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더욱 탄탄해지듯이, SOP를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의견을 반영함하고,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 이를 보완해나갈 수 있게 된다.
가끔 고우해커스에서 '저는 시간에 쫓겨서 SOP 하루 이틀만에 쓰고 대충 수정한 다음에 보냈어요. 그렇지만 합격했습니다.' 라는 수기를 볼 수 있지만, 그런 분들은 SOP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탁월한 연구경력이 있거나, 아니면 좋은 SOP가 있었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거두었을 수 있는 경우일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논리적으로 삐그덕대는 이론이지만 강력한 통계적 증거가 제시되어 페이퍼가 그럴듯해보이듯이.
얼마 안 되는 내용이지만 SOP를 작성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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