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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자꾸 대북 선제공격 옵션을 버리지 않을까?

MIRV 2018. 7. 14. 03:56

International Security 41, no. 4에는 재미있는 핵무기 관련 논문이 2개 실렸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근래 내가 본 그림 중에 가장 충격적인 그림을 담은 논문이다. 


Keir A. Lieber and Daryl G. Press, "The New Era of Counterforce: Technological Change and the Future of Nuclear Deterrence," International Security 41, no. 4 (Spring 2017), 9-49.

이 논문은 최근의 군사기술 변화가 핵무기의 생존성과 핵 억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저자들의 예측은 꽤나 놀랍다.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 군사력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더 그렇다.

사실 북한이 ICBM을 개발해서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해서 흔히 거론되는 것처럼 미국이 커다란 위협에 놓일 가능성은 낮다. 이미 미국은 선제타격에서 생존 가능한 핵 탄두를 수천 발 가지고 있고, 북한은 아무리 잘 쳐줘봐야 수십 발, 게다가 생존성은 더욱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ICBM이 갖춰진다고 해서 곧바로 북한이 미국에 핵 공격을 할 가능성은 제로다. 오히려 ICBM이 갖춰진다고 해도 북한이 완전히 안전한 핵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이 논문은 최근의 기술발전으로 미사일의 정확성, 원격 감지 기술 등으로 핵무기를 선제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들은 이미 2006년에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들이 미국의 선제핵공격으로부터 생존가능할 확률이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은 사실 핵무기가 개발되기만 하면 그 기술적 상태가 어떻건 간에 2차 선제 타격 능력이 확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통념과는 매우 다르다. 발사 가능한 핵탄두를 보유한 것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 뿐인 것이다.

저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재 미국이 북한의 핵 군사력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했을 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완벽하게 핵 군사력을 제거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을 추정해보는데, 그 결과가 꽤나 충격적이다. 논문은 5개의 가상의 북한 핵 시설을 타격하는 상황을 상정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방사능 낙진 피해를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타겟을 제거할 수 있는 저위력 탄두를 사용했을 시, 100명 이하의 사상자로 5개 시설 모두를 제거할 수 있다는 추정을 보여준다. 탄두 정확도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저위력 탄두를 사용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과거에는 2-3백만 명의 낙진 피해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추정되었다. 엄청난 차이다. 이러한 피해 수준이라면, 솔직히 선제공격으로 인해 과연 북한이 전면전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도 의구심이 든다. 자고 일어나니 내 핵무기만 도둑질해간 셈이 아닌가. 일종의 기정사실화 전략처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게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선제 핵공격을 해도 낙진 등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가 가져다 주는 부담과, 완전한 제거에 실패했을 시 우려되는 핵 보복 우려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맞다면 이제 미국은 이러한 요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는 선제타격론이 아무런 근거 없는, 단지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 때문에 나온 것만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미국은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해본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북한이 이걸 알고 있다면 ICBM 몇 기와 SLBM 몇 기를 개발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선제타격으로부터 핵무기가 살아남을 수 있어야만 핵억지력을 확보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사일방어체계로 대표되는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damage limitation)은 핵억지력 확보를 위한 상한선을 계속 높이고 있다. 선제공격으로부터 핵무기가 살아남아도 상대방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을만큼의 핵무기가 살아남아야만 핵억지력이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술적 특성상 핵무기 경쟁에서는 방어하는 쪽이 공격하는 쪽보다 항상 불리하다고 했다. 창과 방패의 경쟁에서 항상 창이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이제는 그러한 주장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향상된 Counterforce capability의 효과 때문에 북한이 핵 군사력 증강을 지속해야 할 인센티브는 더 커진다. 반대로 미국이 북한 핵 능력에 대해 위협을 느끼게 되는 상한선은 더욱 올라간다. 자체 핵 군사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빨리 북한 핵 능력을 동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북한의 위협 인식을 근본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한 북한이 협상에 나올 확률은 낮아진다. 이제 핵 탄두 몇 개 가지고 있다고 억지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선제 공격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은 더 뒤로 늦춰진다. 그러나 객관적인 군사력 균형 변화로 인한 위협 인식 이외에 다른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위협 인식 때문에 미국이 선제 공격을 결심한다면, 그 결심을 실행할 가능성은 엄청나게 올라간다. 어느 쪽이건 결코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미국이 100명 미만의 사상자로 북한 핵 능력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비록 군사작전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따르지만, 우리 정부가 어느 선까지 그 옵션을 거절할 수 있을까....물론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미 국방부 시뮬레이션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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