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in't over till it is over.

미국 박사과정 지원하기 (5): 지원 학교 고르기 (2) 본문

카테고리 없음

미국 박사과정 지원하기 (5): 지원 학교 고르기 (2)

MIRV 2016. 8. 1. 18:08

지난 글에 이어서, 지원 학교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4. 학교 재정 상태


학교 재정 상태를 왜 고려해야 하나? 학교 재정 상태는 내가 학교에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확률과 내가 입학할 수 있는 확률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변수이다.


재정이 튼튼한 학교일수록 박사과정 합격생들에게 좋은 펀딩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고, 많은 박사과정생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이즈의 경우 학과의 방침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상태가 좋더라도 조금 뽑을 수는 있다. 어디까지나 probabilistic claim).


누구나 박사과정 공부 동안 내 돈 들여가면서 공부를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펀딩 소스를 찾아야 하는데, 외부 장학금 획득 기회는 제한적이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학교들이 박사과정 입학생 모두에게 소위 '풀펀딩' - 등록금과 생활비를 커버하는 재정 지원 - 을 제공하진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학교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풀펀딩이 동반된 입학 오퍼를 받기 위해서는, 학교들의 재정 요건을 살펴본 다음에 다른 요인도 나와 잘 부합하고 재정 상태도 좋아보이는 학교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 학교의 재정 상태를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개 추측에 불과하다 (당연히 직접적이고 확실한 정보는 해당 학교의 재정 담당 교직원만이 알테니). 그래도 아예 모르고 지원하는 것보단 낫기 때문에, 지원자는 반드시 추측에 불과하더라도 여러 방법을 통해서 지원 학교의 재정 상태를 알아보아야 한다.


1)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서

미국 대학은 비교적 자교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정보를 기술해놓는다. 지원자 입장에선 얼마나 고마운지..학과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재정 상태에 관련된 정보는 학과 홈페이지에서 주로 Financial Aid 메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의 형태는 주로 입학하는 박사과정생들이 받게 될 재정 지원에 대한 서술 형식으로 나타난다.


만약 재정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학교라면...

"... The department tries to provide whatever financial support is needed to enable a student who is accepted into the program to make satisfactory progress toward the Ph.D. But this is just a goal, and, if you are offered admission, what we will actually be able to promise you will be outlined in the offer letter." (강조는 본인, 출처: UCLA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http://www.polisci.ucla.edu/graduate/application-instructions)


*이 정보 인용이 절대 특정 학교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UCLA 정치학과는 Job placement도 훌륭하고 Ranking, Faculty, Program training 등등 모든 면에서 아주 우수한 학과다. 캘리포니아 주의 재정 상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굉장히 좋지 않기로 유명한 상태고, UCLA도 그 영향을 받은 것 뿐이다.


저런 형태의 서술이 왜 학과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지, 최소한 아주 좋지는 않은지를 나타내주느냐는 아래 서술을 보면 알 수 있다.


"...Every student admitted to the program receives a fellowship offer that provides full funding for the graduate program, including five years of tuition, healthcare, and a living stipend that covers both the academic year and the summer." (강조는 본인, 출처: Princeton University Department of Politics, http://www.princeton.edu/politics/graduate/prospective/)


위 학교의 경우 펀딩을 제공한다는 이야기에 '망설임'이 없다. 그냥 다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고 다 주지 않을 가능성도 원칙적으로는 있다. 내가 입학하게 되는 Syracuse의 경우도, 학과 홈페이지에는 all admitted student are funded with fellowships, TAships, or RAships 라고 해놓았지만 나한테 온 첫 오퍼는 노펀딩 오퍼였다 (이유는 내가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이기 때문 - 문제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커버할만큼의 액수가 안된다는 점에 있었다). 다행히 내 경우 학과 홈페이지의 저 문구를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였고, 추가적인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학교 선정시에 반드시 개별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이 학교의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지, 어떤 조건으로 지원을 약속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본 후 이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지원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2) 해당 프로그램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문의


영어에 자신이 있고 외국인과의 소통이 부담 없는 학생은 해당 학교의 박사과정 학생 아무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해당 학교에 한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있으면 물어보기 쉽다. 한국인 학생이 있다면, 민망함을 무릎쓰고서라도 반드시 해당 정보를 물어보시길 바란다. 민망함은 잠시이고, 정보의 가치는 영원하다. 물론 그 학생이 대답을 해준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욱 망설이지 마시기를..어차피 씹힐 수도 있으니..


펀딩 액수도 중요하지만 펀딩 지속 요건도 중요하다. 대개 Fellowship의 경우 조건 없이 지속 수혜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반면 Assistantship - 즉 조교 업무의 대가로 받는 장학금 - 의 경우 많은 학교들이 annual evaluation을 통해서 특히 TAship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가끔 탈락하는 학생들도 나온다고 한다. 당연히 Fellowship을 받는 것이 더욱 좋다. 프린스턴은 모든 학생에게 펠로십을 준다고 써있으니, 아무래도 좀 더 관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을까 추측한다. 대개 Fellowship이 Assistantship보다 지원 액수도 더 많다.


그런데 펀딩이 좋지 않은 학교에는 지원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할까? 대개는 Yes지만, 운 좋게 외부장학금을 확보해놓은 상태라면 얘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아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박사과정 재학 동안 자비를 들여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외부 장학금을 확보한 상태라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학교일수록 오히려 외부장학금을 가지고 오는 학생을 선호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주어야 할 지원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장학금이 있는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들보다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당 학교가 리서치핏도 맞고 랭킹도 내 스펙이 비해 도전해볼만한 학교라고 생각이 되면 한두군데 정도는 써볼만 하다. 다만 입학한 이후, 외부장학금 지원이 종료되거나 하는 경우 다른 펀딩 소스를 또 찾아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 요소는 안고 가야 한다.



5. 사이즈


해당 프로그램에서 한 해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뽑는지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아마 많은 조언에서 누락하고 있는 요인일 것이다.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처음에는 이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얼마나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한 해에 그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을 뽑느냐는 입학 경쟁률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 아니던가! 물론 사이즈에 따라서 지원자도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20명을 뽑는 학과에 500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와, 5명을 뽑는 학과에 150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전자는 1:25, 후자는 1:30이다. 사이즈를 고려 하지 않으면 후자가 쉬워보이겠지만, 사실 후자가 더 경쟁률이 높다. (Ceteris paribus)


내 경우 정말 마음 졸이게 한 순간이 있었다. 랭킹과 리서치 핏을 고려해서 Boston College를 일종의 보험으로 선정하고 지원했었는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학과 홈페이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더니 웬걸, 홈페이지에 자신들은 평균적으로 박사과정 학생을 한 해에 다섯 명 가량 뽑는다는 것이었다. 많이 뽑는 학교들이 20명, 때로는 30명도 뽑는 학교가 있다는 걸 고려해보면..엄청난 차이. 보험이 보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웃긴 건 처음 어드미션을 보내준 학교가 이 학교였다. 그것도 최근 10년 간 동양인 입학생/졸업생이 다 합해봐야 한 자리수에 머무는 학교였는데..). 내 사례가 랭킹과 리서치 핏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6. 한국인 재학생 존재 여부


한국인 재학생 존재 여부는 왜? 만약 이전의 한국인 재학생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면, 해당 학교의 교수들은 한국인 학생 자체에 좋은 인상을 가질 수도 있다. 최소한 그 학생의 출신 학교 학생에라도. 그러한 경우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재학생 존재 여부도 고려해볼만 하다. 


한국인 재학생 여부는, 학과 홈페이지의 Graduate Students (List) 메뉴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과거 재학생이 존재했는가 여부는 다소 알기 어렵지만, 학과 홈페이지의 Job placement record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Job placement record에서 졸업생 개인 정보를 쓰지 않고 오직 그 해 졸업생 중 누가 어떤 잡을 얻었다 라고만 도표 식으로 제시하는 학교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과거 한국인 재학생 존재 여부를 알기 어려울 수 있다.


7. GRE


GRE의 평균 점수를 학과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으면, 학교 선택에 반영해볼 수 있다. 만약 내 GRE가 entering students 평균보다 심각하게 낮다면, 해당 학교 지원을 재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평균 점수보다 내 점수가 낮다고 해서 쉽게 지원을 포기해선 안 된다. 그 이유는 앞선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GRE 점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입시도 아니고, 다른 요소에서 득점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GRE 평균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변수 가운데 제일 중요도가 떨어지는 변수일지도 모른다.



8. 결론


학교 선정에는 이처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아마도 이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고, 없다 하더라도 이 모든 변수를 칼같이 정확히 계량해서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경우는 3등급으로 지원 학교를 분류했다. 될 가능성은 낮지만 되면 아주 좋은 학교들/될 가능성은 중간 정도, 되면 여전히 좋은 학교들/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되도 갈만한 학교들 (가능성은 당연히 개인적인 추측)


여기서 가능성을 결정하는게 랭킹과 GRE 평균, 한국인 재학생 존재 여부, 사이즈. 어드미션을 받으면 얼마나 좋은가의 정도를 결정하는게 리서치 핏, 학교 재정 상태. 내가 올해 미국 유학을 갈 수 있는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는 총 지원 개수.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내 의견은 첫 번째 부류의 학교를 너무 많이 지원해선 안 되고, 두 번째를 가장 많이 지원해야 하고, 세 번째 부류도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를 너무 많이 지원하면 올리젝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고 목표인 '올해 유학 나가기'에 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든 요인이 다 중요하다는거 아니냐!' 라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변수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답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변수가 7개인데다가 내가 가진 사례들에서 각 변수 값이 통제도 안 되고, 샘플 수도 부족하고, 과정 추적을 위한 증거도 얻을 방법이 없고..)


이 포스팅의 목적은 이 글을 보는 유학 지원자 분들께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 맞는 답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답인 척하면서 이야기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라도 얻어가실 수 있길 바란다.

Comments